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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

안개낀 장충단공원 / 신사임당(180gram 컬러음반)

가격 44,500 -> 40,000  
음반코드 UL1009855 
폼 1LP  
수입구분 수입 
장르 가요 LP 
레이블 리듬온  
자켓/음반 NEW  
발매일 2018 
특이사항 GEBL-SL68 / 180G 오디오 파일용 고음질 중량반 / 라이너 노트, OBI 포함 / 500장 한정반 - 전량 수입 제작 / '안개 낀 장춘단 공원' 제2버전과 '기타에 노래 싣고' MR버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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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1

1. 안개 낀 장충단 공원(배호)
2. 사랑하는 이유여(김복자)
3. 기타에 노래 싣고(배호)
4. 까닭모를 그 이별(김복자)
5. 사랑 찾어 천리길(배호)
6. 딸이면 어때(아리랑 씨스터즈)
7. 안개 낀 장춘단 공원(제2버전 BONUS TRACK / 배호)


SIDE 2

1. 신사임당(박가연)
2. 영월의 애가(배호)
3. 청실 홍실 챠챠챠(박가연)
4. 호남 나그네(신행일)
5. 무정한 님(박가연)
6. 와이키키 해변(황인자)
7. 기타에 노래 싣고(MR / BONUS TRACK)
"환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태어난 노래"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배호는 안개였다. 정오의 태양이 빛나기도 전에 피었다 사라진 뽀얀 안개였다. 그는 태양빛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길을 걸어본 적 없다. 꽃잎이 피고 지고 마침내 열매들이 빨갛게 익어가는 황혼의 계절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1미터 인생길이에 삼십 센티미터 대자 같았던 배호의 삶. 한 눈금 한 눈금 피맺히게 그의 노래들은 한 닢 파란 낙엽의 몸부림이며 절규였다.

1967년 한여름 청량리 성바오로병원. 간간이 신음과 한숨 소리만 걸어 다니는 병실 복도로 한 무리 환자들의 환호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막 다인 입원실 병상에 등을 기댄 채 푸른 환자복을 입은 배호가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완곡하는 순간이었다. 하얀 병상을 무대로, 동병상련의 환자들의 아픔을 관객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의 초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략)

배호가 앓고 있었던 신장염 치료가 난제였던 시절, 청량리 성바오로병원엔 한 독일인 의사가 신장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었다. 배호는 신장염으로 몸이 퉁퉁 부어 거동이 불편했기 때문에 병원이 가까운 청량리 뒷골목 어느 조그마한 단칸 셋방에서 요양해 왔었다. 배호는 그 단칸 셋방에 기거하던 동안 아픈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삼각지'를 취입하였다. 그 곡이 기적같이 차츰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몸도 조금씩 회복되어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돌아가는 삼각지'는 다 죽어가는 배호를 벌떡 일으킬 만큼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환자 배호만 일으킨 게 아니었다. 속된 말로 몰빵을 지른 도박처럼 작곡가 배상태 선생과 아세아레코드사 최치수 사장은 뜻하지 않은 대형 신인이라는 패를 손에 거머쥐게 된 것이다. 당시 아세아레코드사는 이미자, 최희준 등 탑 가수들을 보유한 지구레코드사, 오아시스레코드사, 신세기레코드사 등과는 어깨를 겨눌만한 단계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자의 몸으로 앞날이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배호의 등장은 배상태 작곡가와 최치수 사장 입장에선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캐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배호에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한 점 생명의 불빛이었으며, 작곡가와 레코드사 입장에서는 예술과 사업 인생의 헤드라이트였다. 그러나 그것은 겉보기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과 같은 것이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폐허가 된 50년대를 넘어 60년대를 헤쳐온 끝에 청춘의 푸른 피로 손가락 끝에 피워 올린 불꽃이었고, 어둠 속에서 보석을 발견해 낸 탁월한 혜안이었다. 그만치 배호의 노래는 치열했고 비장했고 장엄했으며 서럽도록 아름다웠다.

돌아가는 삼각지'도 처음엔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생전 처음 접하는 낯선 창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차츰 독보적인 것으로 인식이 되었고 배호만의 것으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돌아가는 삼각지'가 탄력을 받자 가수와 작곡가 그리고 레코드사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서둘러 배호에게 취입시킬 후속 곡 MR을 준비하고, 먼저 6월 들어 '비겁한 맹세', '인생 나루', '비 오는 남산', '비 내린 인천항 부두' 네 곡을 녹음하였다. 그 중 앞의 두 곡은 '돌아가는 삼각지'가 실린 AL123 원반에 보강 곡으로 묶어 재 출시하고, 뒤의 두 곡은 AL129 옴니버스 음반으로 따로 출시하였다. 그리고 7월 들어선 영화 주제가인 '뉘우친 마음'과 '경상도 나그네' 그리고 '기타에 노래 싣고', '사랑 찾어 천리길', '영월의 애가' 다섯 곡을 녹음하였다. 그 중 앞의 두 곡은 AL131 음반으로 출시하고, 뒤의 세 곡은 따로 남겨 두었다. 이들 곡 중 두 곡은 최치수 사장이 가사를 쓰고 배상태 작곡가가 리듬을 붙인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이 세 곡은 8월에 취입한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타이틀로 한 AL132에 실렸으니 레코드사 선반에서 배호가 몸을 회복해 병원에서 나오기를 초조히 기다린 샘이다.

(중략)

노래의 초본을 완성한 배상태 작곡가는 가사는 아세아 최치수 사장의 가필을 받고, 곡은 '돌아가는 삼각지'를 편곡한 정민섭 작곡가를 통하여 편곡하였다. 이렇게 MR이 녹음된 것이 7월 22일이었다. 배선생은 다시 한 번 배호를 병상에서 일으키기 위해 MR이 장착된 미제 앰펙스 녹음기를 들고 배호가 입원해 있는 청량리 성바오로병원을 찾았다. 배호는 입원하기 전 전속금 50만 원, 월급 3만 원에 아세아레코드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는데, 전속금 중 일부는 집을 얻는데 사용하였고 그리고 사용하고 남은 돈으로 신병을 다스리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이 당시엔 이미 '돌아가는 삼각지'의 반향이 전국에 울려 퍼지던 때여서 '배호'라는 두 글자는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환자들도 의사도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독일인 주치의는 배호에게 녹음 연습을 시키기 위해 왔다는 배상태 작곡가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 주었고, 배호가 병실에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배려해 주었다.

이렇게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은 신병 치료를 위해 입원한 한 병실에서 배호의 음성을 타고 그 첫 소절이 시작되었다. 한 소절 한 소절 입원실 환자들의 귀를 메아리 소리로 노래를 다듬어가는 배호의 노래는 침울한 병실에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그 어떤 처방보다도 환자들의 아픔을 달래 주는 위로제며 치유제였다. '돌아가는 삼각지'를 부를 때도 그랬듯 배호는 몸이 아플 때 내는 목소리가 더 힘이 있었고, 감성이 넘쳤다. 아픈 몸으로 토막토막 노래를 이어가는 배호의 모습 만으로도 입원 환자들에겐 큰 감동이었다. 마침내 배호가 막힘없이 노래의 1, 2절을 완창하자 환자들은 마치 자신의 일이라는 듯 환호성과 감탄과 그리고 배호의 앞날을 비는 염원과 위로의 박수를 뜨겁게 보냈다. 노래가 완성되어감과 더불어 배호의 아픈 몸도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배호는 배상태 작곡가에게 전화를 걸어 "형, 녹음하러 가겠습니다"라고 하였고, 배상태 작곡가는 지체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 배호를 택시에 태우고 장충동으로 달렸다. 그리고 이 노래의 배경인 장중단 공원의 낙엽송과 비탈길이 올려다 보이는 장충녹음실에서 녹음을 완료하였다.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은 위로를 받아야 할 환자들의 위로와 환호성을 받으며 태어난 노래다. 그런 까닭에 배호가 남긴 네 가지 버전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 중 이 원곡이 가장 힘차고 비장미가 넘친다. 환자의 몸으로 그의 노래에 자신의 영혼을 집어넣었으므로 귀에서 귀로가 아니라 사람들의 영혼에서 영혼으로 울려 퍼지는 깊은 노래가 되었다. 이 노래는 배호가 입원하기 전 녹음을 완료해 놓은 세 곡,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임을 두고 떠난 목포를 그리워하는 노래 '기타에 노래 싣고', 사랑을 찾아 유랑하는 사내의 서글픈 심정을 담은 노래 '사랑 찾어 천리길' 그리고 어린 나이에 궁궐을 나와 한강 줄기를 거슬러 첩첩산중으로 유배를 떠나는 단종의 비애를 다룬 역사물 '영월의 애가'를 한 음반으로 묶어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타이틀로 67년 8월 옴니버스 AL132 음반으로 그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은 불멸의 명곡 '돌아가는 삼각지'를 밀어주기 위해 태어난 곡이지만 또 다른 형태로 그 무게를 같이한다. 낮은 듯 높고 거친 듯 부드럽고 탁한 듯 맑고 통속적인 듯 격조가 있는 배호의 노래는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상처 입은 영혼을 위무해 주고 그 아픔과 눈물을 대신해 주는 노래이다.

배호는 안개였다. 비록 그는 정오의 태양이 빛나기도 전에 피었다 사라진 뽀얀 안개였지만, 지금도 LP 판위에 바늘을 올려놓으면 자욱한 안갯속 저만치서 천천히 배호가 걸어온다.

음반 해설 : 최찬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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