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볼드윈은 전세계 재즈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주 태생으로, 부친이 맥스 로치, 아트 데이비스 등 거물급 뮤지션들과 활동력을 지닌 피아니스트였다. 마일스 데이비스, 오스카 피터슨, 허비 행콕, 스티비 원더 등 재즈와 블랙 뮤직 전체에 관심을 지녔지만, 부친의 성향과는 달리 지향한
음악은 도회풍의 퓨젼 재즈 지향의 음악이었다.

밥 볼드윈은 로버타 플랙, 톰 브라운,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등 R&B계열 혹은 이를 기반으로 한
재즈 뮤지션과의 교류가 많은데, 지난 리더 앨범 역시 이러한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단 죠지 듀크, 조 샘플, 램지 루이스 등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그루비하며 필이 한껏 살이 있는 감각적인 연주와 세련된 작편곡 솜씨로 특급 키보디스트, 작곡가의 면모를 충분히 선보여 왔다.

이러한 그가 스무쓰 재즈계에서 유력한 레이블로 발돋움하고 있는 A440 Music Group에서 2004년 3월 발표한 새 앨범 'Brazil Chill'은 밥 볼드윈이라는 이름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하겠다. 괜한 칭찬이 아니라 'Brazil Chill'은 실제 그의 모든 작품 중에서 최고라 해도 무방하다. 일부 관련 매거진이 아니고는 스무쓰 재즈 작품에 대한 평이 인색한 비평가들조차 이 앨범에 대해서만은 예외적인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세계 어디에서나 예외 없이 타격을 받고 있는 음반 시장임에도 불구 (밥 볼드윈의 이 CD 커버에 음반 불법 복제는 뮤지션의 창작 의욕을 손상시키는 적대적 행위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이미 1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밥 볼드윈의 이전 앨범 일부 곡에서만 비추어지던 브라질 음악에 대한
동경이 전면 부각되어 있는데, 전 트랙이 이파네마와 리오 데 자네이로 등 브라질 현지에서 레코딩 되었다. 또 아르만도 마르셀(90년 펫 메쓰니 그룹 객원 멤버로 'Still Life Talking',
'Letter from Home' 그리고 펫 메쓰니 단독 프로젝트인 'Secret Story'의 레코딩 및 투어에 참여)을 비롯하여 마르코스 아리엘(플루트), 토르콰도 마리아노(기타) 등 현지 절정의 뮤지션이 참여하며 연주의 오리지낼러티를 풍부하게 하고, 수준 높은 사운드를 연출하게 만들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R&B를 기반으로 하는 밥 볼드윈 본령의 스타일과 브라질 음악이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형이라 할 수 있다. 타건하는 손가락을 꼿꼿이 세워 끈적하면서 레이드 백(Laid Back)한 키보드에 보사노바의 나긋한 리듬과 말끔한 멜로디 때로는 펫 메쓰니 그룹을 연상시키는 악기, 코러스 간의 입체적인 사운드 향연까지 펼쳐진다.
그저 감각만을 흉내내고 타인의 아이디어에 묻혀 개인적인 아이덴티티를 얻지 못한 심각한 아류
음악이 만연하는 가운데, 밥 볼드윈은 멜로디, 감각, 색채, 리듬 모든 면에서 연금술사 같은 재능을 발휘하며, 무엇이 개성인지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절정의 음악 스타일을 골고루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Brazil Chill'은 스티비 원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램지 루이스 등 위대한 뮤지션의 향취가 골고루 베어있지만, 이 모든 것이 밥 볼드윈이라는 객체의 음악에 녹아 있는 이상적인 결과물이라 하겠다.